KOBICian’s Story

- 작성자 전종범 (KOBIC 선임연구원)
- 작성일2025-05-25 15:35:39
- 조회수123
인간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가장 작은 생물체군을 보통 미생물이라고 부릅니다. 너무나 작아서 그 존재를 오랫동안 몰랐기에 본격적인 미생물 연구의 역사는 비교적 짧습니다. 미생물학에서 연대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코흐의 가설이나 파스퇴르의 살균법을 지나,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발견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약 400년 정도의 짧은 역사입니다. 그러나 작은 크기와 짧은 연구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생물 자체는 오래전부터 주변에 어디에나 있었고, 모든 곳에 영향을 미쳤으며, 심지어 숫자도 많기에 인간의 삶 전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술 빚기를 인류 최초의 생명공학이라 한다면, 미생물의 존재를 모르던 먼 과거에도 우리는 이미 미생물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늦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유전(체)학 분야에서는 미생물이 독보적인 장점을 지닙니다. 유전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연구에 이상적인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1995년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의 연구팀이 샷건 시퀀싱을 적용하여 인플루엔자균(Haemophilus influenzae)의 완전한 유전체 서열(약 180만 염기쌍)을 발표할 수 있었고, 이는 사상 최초로 한 생물의 “전체 유전서열 지도”를 읽어낸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다음해에는 1996년에는 유럽 중심의 컨소시움에서 6천개의 유전자를 가진 작은 진핵생물인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가 해독됨으로써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GP)에 앞서 미생물이 유전체 시대의 개막을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유전체 해독 기술의 발전은 미생물 유전체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생물의 계통와 미생물 생태계의 방대한 유전정보를 군집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는 (1) 진화유전체학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범유전체(pangenome) 구축과 (2) 미생물군을 총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생물 군집에 관심이 있던 연구자들은 90년대 인체 미생물군을 조사하려는 시도를 했고, 1996년에는 사람 대변 샘플에서 배양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세균들을 16S rRNA 유전자 시퀀싱으로 식별하는 연구를 처음 수행했습니다. 이는 개인마다 고유한 미생물 프로파일이 있다는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1998년 조 핸델스만(Jo Handelsman) 연구진은 서로 다른 미생물을 분리하여 배양하지 않고 그 유전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개념으로 메타유전체(Metagenomics)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배양 불가능한 미생물까지 포함한 군집 전체의 유전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당시까지의 미생물학 패러다임을 넘어선 혁신적인 개념이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시퀀싱 기술의 발전으로 비용과 분석시간이 급격히 감소하였는데, 이는 본격적으로 메타유전체 연구를 꽃피우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2004년에 크레이크 벤터팀 은 사르가소 해수의 메타유전체 분석을 통해 배양에 의존하지 않고 유전체 연구로도 수많은 신종 미생물과 유전자를 발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이 무렵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대규모 코호트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들이 태동하였습니다. 선두주자는 미국 NIH는 2007년 대규모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 HMP)를 2007년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총 두 단계로 진행된 HMP는 인체의 각각 부위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을 대상으로 참조용 미생물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1단계), 3개의 핵심 질환(염증성 장질환, 조산, 2형 당뇨)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 규명을 목적으로 한 전체 유전자 카탈로그(2단계)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을 구명하고자 했습니다. 유럽에서도 2008년 MetaHIT(Metagenomics of the Human Intestinal Tract)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장내 미생물군집의 유전자 카탈로그를 구축하고 개인별 미생물 구성과 비만 및 염증성 장질환 등의 관련성을 밝히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들은 미생물 빅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질병진단과 맞춤의료에 좀 더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을 넘어 2010년에는 미생물학자 롭 나이트(Rob Knight)와 잭 길버트(Jack Gilbert) 등이 주도하여 지구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Earth Microbiome Project, EMP)가 시작됐는데, 전 세계의 연구자들로부터 20만 개 이상의 다양한 환경 시료를 모아 미생물 다양성과 기능을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식물병리학자 제인 리치(Jan Leach)를 필두로 2015년에는 식물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Phytobiome Initiative)와 같은 농업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은 단순히 분야의 연구를 넘어 원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의 축적을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생물군집 수준에서의 메타전사체, 메타단백체, 메타대사체 등이 쌓여 가면서 홀로지놈(Hologenome)에서의 미생물의 역할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빠른 변화 속에서 한국에서도 발맞추어 최근 한국인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환규명 및 진단치료기술을 개발하고자 산업부를 시작으로 과기부, 복지부/질병청, 농진청 등의 지원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연장선에서 범부처적으로도 마이크로바이옴 융합연구를 위해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모여진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는 궁극적으로 한국인 특이적인 정밀의료 구현에 유전체 정보만큼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용(中庸) 23장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이 글을 맺고자 합니다. “작은 것에라도 정성을 다하면, 그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와 같이 “작디작은 미생물 데이터를 정성을 다해 연구하고 이해한다면, 그 결과는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있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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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글 쓰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GenoGlobe.com이라는 개인 도메인 하위의 블로그와 위키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원고를 써 달라는 부탁이 들어오면 거의 거절하지 않습니다. KOBICian’s Story를 운영하면서 가끔 다음번 투고자를 찾지 못했을 때, 제가 자발적으로 글을 써서 등록하기도 합니다. 원래 매주 월요일 아침 회의 때에 몇 주 뒤의 투고자를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출장이나 연휴 등으로 회의를 거르게 되면 다음번 글 쓸 사람을 미처 선정하지 못하는 일이 가끔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미는 없겠지만 올해의 남은 기간 동안에는 사다리타기를 하여 투고 순서를 무작위로 배정할 예정입니다. 사정이 생겨서 서로 합의하여 순서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자유입니다.
모든 사람이 글쓰기를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글짓기 숙제를 하느라 고생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힘이 듭니다. 글쓰기를 즐기는 저라고 해서 늘 글감으로 장전된 상태는 아닙니다. 최근 들어서는 정성을 들여서 약간 긴 분량의 글을 쓸 일이 많았습니다. 이럴 때 ChatGPT라는 출중한 도구를 써서 글쓰기를 맡겨보고 싶은 충동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ChatGPT 시대의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공백 포함 2,600자 정도의 에세이를 써 줘”라고 명령을 해 보십시오. 제가 얻은 결과물은 제 블로그에 소개해 두었습니다(링크).
어떻습니까? 주제만 잘 정해서 제시하면 작업물 그대로 KOBICian’s Story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글이 한 편 나왔습니다(순번이 되었을 때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이렇게 하시라고 권장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초안을 다듬거나 분량을 조정할 때에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인공지능은 최종적으로 검증을 한다는 전제 하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거나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는 데에는 일반적인 검색보다 무척 편리합니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이에 맞추어 논리를 전개해 나가도록 글쓰기를 요청해도 아주 잘 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오픈 사이언스는 성배처럼 숭고하다’, ‘오픈 사이언스가 정말 성배처럼 숭고한가?’, ‘오픈 사이언스는 공허한 레토릭에 불과해’-그 어느 것으로든 가능합니다. 심지어 오픈 사이언스에 대한 20단어짜리 궤변을 써 보라 했더니, 이런 답을 합니다.
- 오픈 사이언스는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기만이다.
- 오픈 사이언스는 투명하다고 하지만, 정작 보이는 건 빈 저장소와 엑셀 표 속 예산 보고서뿐이다.
- 오픈 사이언스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책임질 사람은 없고, 공은 늘 기관장 연설문으로 흘러 들어간다.
ChatGPT 4o Canvas라는 곳으로 작업 환경을 옮기면 마치 대화를 하면서 협업하며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일상의 모든 곳에서 스며들고 있으니, 글쓰기 분야라고 해서 이를 배척할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효율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단지 제출 기한만 맞추면 되고 제출 후에는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글을 써야 할 때 ChatGPT를 이용하면 더욱 좋을 것만 같습니다. 결과물의 완성도는 분명히 더 높아지며, 이렇게 하여 절약한 시간에는 더욱 가치 있고 창의적인 일에 매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늘 문서를 생산하는 조직 안에서는 ‘이봐, ChatGPT 아직도 안 쓰나? 시간도 없는데 원고 좀 대충 다듬어서 가져와 봐’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하게 될 것이고, 우리가 접하는 글은 외견상 수준이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글이 외부로 나가게 될 때에는 과연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체중 감량에 성공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위고비를 사용했다고 공개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인터넷 덕분에 쉽게 자료를 찾게 되었을 때 이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인터뷰를 하거나 도서관을 뒤지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워드 몇 개를 넣어서 쉽게 자료를 찾는다면 그것은 올바르게 조사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아마 전화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요? 직접 찾아가서 용건을 전해야지, 최신 기술이랍시고 이렇게 편하고 게으르게 대화를 하려 하면 되겠느냐고요. 지금은 아무도 이런 것을 가지고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 거부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결국 진정성의 측면에서 늘 고민이 따르게 됩니다. 그 진정성의 방향은 늘 공평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하는 숙제에는 ChatGPT를 이용해도 좋고, 남이 해서 나에게 내는 숙제는 정성을 들여 쓴 것이기를 바라는 양가감정을 가진 것은 아닐까요?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로 사진 바꾸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였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진실이 아님을 서로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진실 혹은 진정성을 기대하는 곳에서는 그렇질 못합니다. 그 누구도 효율을 이유로 자동응답기와 상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인류 문명에 한번 등장하여 대다수가 그 편리함을 맛보게 된 기술을 이제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논란을 너무 오래 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도구를 잘 활용하여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완전히 수용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한 사람이 더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5년이나 10년이 지난 뒤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ChatGPT가 제안하고 자동 생성한 인포그래픽>
- 작성자정해영
- 작성일2025-05-19
- 조회수355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에서 바이오 데이터 수집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내에서 매우 다양한 바이오 R&D 과제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작년 12월에 발간한 「2023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링크)」에 따르면, 정부 전체 R&D 사업 가운데 신규 과제는 26,050개, 계속 과제는 45,754개로 집계되었습니다. 이 중 생명과학 분야는 전체의 3.8%, 즉 수천 건에 달하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범부처 바이오·의료 데이터 사업만 하더라도 수십 개 이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연구가 아닌, 여러 기관이 참여해 국가 전략적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경우 ‘대형사업단’이 운영되기도 합니다. 대형사업단은 개인 과제보다 규모가 크고, 투입되는 예산도 많으며, 생산되는 데이터 역시 복잡하고 방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KOBIC은 이들 사업단과의 데이터 등록 협력을 중요한 과업 중 하나로 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예산이 투입된 대형사업단의 데이터를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에 연계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단의 데이터를 등록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회의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고, 기술적 요건과 법적 해석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마다 저는 KOBIC이 단순한 ‘데이터 등록기관’이 아니라, 연구자·기관·정책을 잇는 데이터 생태계의 다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이러한 연계 작업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사업 종료 시점에 이르러서야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는 경우, 현실적인 제약들—예를 들어 데이터 관리자 부재, 법적 제한, 사업단의 소극적인 태도, 실무자 이직 등—로 인해 데이터 연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근본적으로는 제도 설계와 데이터 문화에 대한 공감이 병행되어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희망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입니다. 몇몇 사업에서는 과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K-BDS 연계를 고려하고 있으며, 일부 신규 사업들은 공고문에 K-BDS 데이터 등록을 주요 과업으로 포함하여 선정 과정에서부터 계획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획 초기부터 데이터 연계와 활용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성공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사업 기간 내내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또한 사업단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는 정해진 목적과 전략적 설계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가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단의 성격과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최근 데이터를 보다 활발히 활용할 수 있도록 K-BDS 게시판에 ‘등록데이터 소개(링크)’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으며, 이를 K-BDS 뉴스레터(링크)와 BRIC(링크)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개인 연구 과제 또는 사업단의 데이터가 왜 만들어졌고, 어떤 방식으로 수집되었으며, 향후 어떤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연구자의 목소리로 풀어내어 생동감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BioProject와 BioSample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데이터의 사연을 접할 수 있어 한 번 더 관심이 가게 됩니다. 이는 K-BDS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나 저장소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여러 연구자에게 연결하여 활용도를 높이려는 시도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실무자로서 저는 여전히 걱정이 앞섭니다. 수십 개에 이르는 사업단을 개별적으로 찾아가 연계 협의를 진행하기에는 현재의 KOBIC 구조와 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많은 사업단과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을까?”, “사업단마다 제각기 다른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체계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의 자원이 필요할까?”, “데이터 등록을 지원하려면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더욱 체계적인 운영 구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누군가는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잘 설계하여 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를 잘 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데이터든 다른 연구자들에게 ‘연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다리를 놓고 이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등록하고 연계하는 과정은, 결국 데이터 생태계를 잇는 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 그 다리 위에 서 있습니다.
<다리를 놓는 사람들 KOBICians! >
(출처: ChatGPT를 통해 생성)
- 작성자김상옥
- 작성일2025-05-11
- 조회수289

필자는 석·박사 및 기업연구소 생활을 통해 많은 글을 써왔다고 생각했지만, 201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입사하여 막상 대관(정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업무) 문서를 작성하려니 막막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2017년경 출판된 ‘대통령의 글쓰기(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라는 책을 제외하면, 아래에 보인 대관 문서의 ‘양식’ 이외에는 문서를 어떻게 작성하면 좋은지에 대한 책이나 가이드를 찾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에, 필자가 가장 익숙한 분야이기도 하면서 대관 문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여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과기정통부에 보고할 문서를 작성할 때, 선배님들은 ‘개조식으로 1~2장 내에 간략하게 작성해야 한다’, ‘신문 사설 등을 많이 읽고 벤치마킹을 해라’ 등의 막연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실제 주변에서 대관 문서 작성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고, 양식을 이야기하는 것 말고는, 친절하게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문서가 잘 작성된 문서인지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파워포인트 만드는 법’에 대한 교육을 들어보면, 가장 강조하는 것이 청자의 수준에 맞는 프레젠테이션인 것 같습니다. 이는 대관 문서에도 동일하게 작용됩니다. 문서를 읽게 되는 부처의 사무관, 과장, 더 나아가 장차관이 작성자의 의도를 쉽게 이해하고, 본인도 그 문서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문서가 잘 작성된 문서인 것 같습니다. 이는 기업이나 기관의 보고문서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부처의 장관, 기업의 대표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에 한정된 시간 안에 결정하는데 필수적인 내용을 쉽게 듣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발표자료는 청중의 눈높이에서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좋은 글쓰기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부처 보고문서는 중학교 1~2학년 수준으로 작성되어야한다고 하는데, 이 말에 정답이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경우에는 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작성자 본인도 모르겠고, 불필요하게 분량만 많은 문서는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보고문서는 단순한 보고를 위한 문서냐, 결정을 요하는 문서냐에 따라, 방식과 내용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각각의 문서는 지나치게 길게 작성할 필요는 없으며, 필요하다면 상세한 내용은 문서 뒤에 붙임(문서의 본문에 포함되지만, 내용 상 부가적인 자료로 붙여놓은 것) 또는 별첨(본문과는 별도로 첨부되는 자료)으로 제시하면 좋습니다. 특히 결정을 요하는 문서는 2~3가지의 제안과 함께 각각에 대한 장단점을 설명하면 제일 좋은 문서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방식의 문서 작성은 본인이 보고를 받고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닥치게 되면 효용성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분량에서, 남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문서는 구조화가 잘된 문서일 것입니다. 시계열이든, 중요도에 따른 서술식이든, 서론-본론-결론이든 일정한 원칙과 구조를 가지고 작성된 문서는 본인도 이해하기 쉽고, 남에게 설명하기도 좋을 것입니다. 본인이 작성한 문서를 시간이 지난 후에 읽었을 때 바로 이해가 되고 보고를 진행할 수 있으면 잘 작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무슨 내용을 하고 싶었는지 이해가 어려우면 잘못 작성된 문서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이상 대관 문서를 작성해왔지만, 과거의 문서를 보면 창피할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숨겨진 진실(?)을 이야기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과기정통부의 문서를 보면, 문서 처음에 위치하는 헤딩의 색깔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가끔 대관 문서를 자주 작성하는 분들은 기존 문서의 양식에서 내용만 고쳐 넣는 방식으로 문서를 작성하다 보니 정부마다 헤딩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부처의 이름이 바뀌고, 그에 따라 부처 로고의 색깔이 변경되어 왔는데, 정부 부처의 로고가 통일된 후에는 정권의 대표색깔을 반영하여 헤딩의 색깔이 변해왔습니다. 다만, 문서를 작성하는 주체인 부처 또는 기관별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체적인 헤딩 무늬와 색깔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은 시기별 과기정통부 문서의 해딩의 변천사인데, 재미로 봐주세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서의 헤딩 색깔의 변천사>
- 작성자진태은
- 작성일2025-05-05
- 조회수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