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ICian’s Story

- 작성자 송왕호 (KOBIC 연구기사)
- 작성일2024-12-15 18:04:57
- 조회수716
파도가 2~3미터까지 치는 거친 바다, 멀미로 뒤틀리는 속과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06년 여수 거문도에서의 첫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해양실습은 그렇게 시작되었죠. 출렁이는 배 위에서는 괴로웠지만, 역설적으로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오히려 평온함이 찾아왔습니다. 푸른 물속에서 느낀 그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마치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무언가를 마주한 것 같은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이빙을 시작한 초반 몇 년간은 멀미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다이빙 전날이면 어김없이 귀밑에 “키미테”라는 패치형 멀미약을 붙이고 잠들곤 했죠. 그래도 파도가 높은 날이면 배 위에서 진땀을 빼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몇 해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멀미가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바다가 내 몸을 받아들여 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제가 중학생 무렵부터 즐기시던 취미였기에, 아버지가 다이빙을 다녀오실 때마다 들려주시던 바다 이야기는 항상 신비롭고 궁금했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아버지께서 “한번 배워볼래?”라고 물으셨을 때,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으니까요.
저와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의 오랜 친구 분도 스쿠버다이빙을 배우셨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은 기본적으로 2인 1조 버디 시스템으로 진행되는데, 한번은 셋이 함께 함께 입수했습니다. 수중에서 이동하던 중 아버지와 아저씨의 방향이 나뉘는 상황이 발생했고, 저는 순간적으로 고민이 되었습니다. 둘 중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망설이던 찰나, 저와 경험이 비슷한 아저씨 곁으로 가야겠다고 판단했죠. 둘 다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라 아저씨가 혼자가 된 것을 인지하는 순간 당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저 옆에 누가 있는 것만으로 안정되지 않을까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제 선택은 올바른 것이었습니다. 가족끼리도 자주 식사하는 자리를 갖곤 했는데, 앞선 일화를 이야기했을 때 아주머니께서도 고마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저는 다이빙이 단순한 레저 활동이 아닌, 서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진지한 활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가끔 느낍니다. 많을 일을 같이 하고 있는 고건환, 김재희 연구원이 저에겐 그때 아저씨 곁을 지키던 저와 같이 안정감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묵묵히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KOBICian 으로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단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상급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스페셜티(특별 프로그램)가 있습니다. 앞서 거문도 해양 실습을 포함하여 몇 회의 다이빙을 통해 오픈워터 다이버 라이선스(태권도로 비유를 하자면 노란띠 정도??)를 취득했으며, 그다음 라이선스를 목표로 여수 학림도의 야간 다이빙을 경험했습니다. 이 야간 다이빙은 제 다이빙 여정 중에서도 있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입니다(초급 강사 라이선스까지 취득).
수면 위로는 별들이 총총 떠있고, 수면 아래로는 우리의 수중랜턴 불빛만이 유일한 빛이었던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배에서 입수할 때의 긴장감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컸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으니까요. 사실 일몰 전에 시작해서 칠흑까지는 아니었지만 저에겐 그렇게 느껴졌답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만난 바다는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수중랜턴이 비추는 좁은 시야 안에서만 펼쳐지는 세상은 마치 우주를 탐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니는 듯한 느낌, 어둠 속에서 더욱 강조되는 고요함, 그리고 랜턴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작은 플랑크톤들의 군무까지, 낮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생물들이 밤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낸 것도 신기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랜턴을 끄고 잠시 멈춰 있을 때였습니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마치 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듯한,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때때로 멀리서 비치는 다른 다이버의 랜턴 불빛이 마치 먼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보였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우주 유영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수심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보통 공기통(산소통이 아닙니다) 한 개로 40분 정도 다이빙이 가능한데 그날만큼은 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매 순간이 새로웠고, 모든 것이 신비롭게 다가왔으니까요.
그날의 특별함은 수중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나눈 대화는 더욱 즐거웠죠. 그날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으로 썰어둔 회와 구이, 제철 해산물에 소주 한 잔이 곁들여지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었습니다. 낮과는 전혀 다른 바다를 경험한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바다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을 맛보는 기분이었달까요?
누군가 다이빙의 매력을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그날 밤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느낀 고요함, 그 속에서 발견한 특별한 반짝임,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동료들과의 따뜻했던 그날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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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의 여러분들은 대한민국헌법 제38조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부담합니다. 한편, KOBIC에서 근무하는 여러분들은 원활하고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3색 볼펜을 구매·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하에서는 예산 실무 지원 전임(前任) 담당자로서 예산 업무의 이관을 기념(?)하여 우리가 부과하는 세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3색 볼펜의 사용까지에 이르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산은 납세를 통해 모아진 국가의 재원을 배분하여 집행하기 위한 계획으로, 그 시작은 정부의 예산안 편성에서 시작됩니다. 연초가 되면 우선 각 정부부처는 매년 1월 31일까지 한국의 곳간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되는 기획재정부에 향후 5년간(=5회계연도)의 주요 계속사업에 대한 중기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그 사업계획을 기획재정부의 사업 담당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중기 심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 대한 심의 양식 작성이 필요하며, 그 이후에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사업설명회도 진행합니다(대체로 3월 중).
각 부처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은 기획재정부는 향후 5년간 적용할 재정운용의 기본방향, 경제성장률, 세입규모 전망 등을 고려하여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3월 31일까지 각 부처에 이를 통보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각 부처에 ‘지출한도’를 통보합니다. 쉽게 말하면 가정 내에서 각 구성원이 다음 달에 지출할 비용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라고 하면 각자가 필요한 계획을 제출했을 때, 결정권자가 ‘닌텐도 스위치 구입은 고장난 세탁기 수리보다 급하지 않으니 제외(한도외 편성-추가 예산이 발생하면 집행 검토)’, ‘발목 부상으로 인해 다음 달 필라테스 강습을 못 받게 되었으니(불용예산), 이 비용으로 외식비를 집행(예산전용)’ 등의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각 부처가 지출할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일반적인 국가 예산의 집행과는 다르게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산은 절차가 조금 다릅니다. 위에서 설명한 과정은 「국가재정법」에 따른 것인데, 과학기술분야의 R&D 예산을 규정하는 「과학기술기본법」은 국가 사업 중 국가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중기사업계획서를 1월 31일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국가연구개발투자의 방향은 중기사업계획서 검토 후 과학기술자문회의의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예산요구서도 5월 31일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예산요구서 심의 결과를 6월 30일까지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알리라고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R&D 예산의 심의는 일부 그 역할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혁신본부(중에서도 연구개발투자심의국)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 단락에서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혁신본부를 말하는 것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통보받은 지출한도를 기반으로 해서 4~5월에는 부처 내에서 예산안을 편성하게 됩니다. 부처 내에는 차관→실→국→과 등의 위계가 있고 과별로 사업이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부처 내에서도 통보받은 지출한도를 어떻게 나누어 지출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합니다. 그 협의를 거쳐서 이른바 부처 내에서의 ‘실링(ceiling, 상한을 뜻하는 말)’이 통보되고, 이 실링에 따라 한도내 예산액을 정하여 예산요구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중기사업계획에서 어느 사업에 대해 26년에 500억을 지출하겠다고 제출을 했는데, 지출한도 통보 이후, 부처 내에서 실링액이 결정되어서 해당 사업에 대해 400억 실링을 통보받으면, 예산요구서에는 “400억(한도내), 100억(한도외)”로 기재하여 심의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실링은 대체로 4월 말 정도에 통보되어 예산요구서를 작성하게 되고, 해당 예산요구서가 혁신본부에 제출되면 그것을 근거로 대체로 5월 초에 해당 사업의 분과별 위원회에서 심의를 받게 됩니다. 5월 중에는 이 심의를 거쳐 혁신본부의 조정안이 결정되고, 조정의 과정은 3~4차까지도 진행되며, 그 과정을 거쳐 조정안이 6월 30일까지 기획재정부에 통보되는 것입니다. 즉, 4~6월은 혁신본부의 시간입니다.
7~8월은 기획재정부의 시간입니다. 기획재정부가 본래적 의미의 예산 심의 담당 부처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 역시 예산 검토를 수행해야 합니다. 혁신본부에서 통보한 예산요구서 심의 결과를 토대로 기재부 예산심의가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기재부 대응을 위한 예산요구서 작성 및 예산의 적절성을 설명하는 등의 대응 절차를 거칩니다. 이 과정을 거쳐서 정부의 예산안이 기획재정부를 통해 확정되면 해당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됩니다.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 제출이기 때문에 9월 초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9~12월은 국회의 시간입니다. 헌법에 따라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회 의결이 있어야 하므로, 법적으로는 12월 2일에 국회 확정 의결이 있어야 합니다. 그 전까지는 국회 상임위, 예결위 등의 심사가 진행되며, 해당 심사에 활용될 예산 공통요구자료 등을 작성하고, 필요한 경우 각 의원실 또는 각 정당에서의 요구자료에 대응해야 합니다.
통상 12월 초에 국회 의결을 거쳐, 각 사업의 차년도 집행을 준비해야 합니다.(정치상황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집행할 연구관리전문기관에서 사업 집행의 근거가 되는 사업시행계획(안)을 마련하고, 각 사업의 추진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 또한 저희 KOBIC에서 운영을 지원해왔습니다. 이제 사업 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1월이 되었으니 각 과제의 협약을 하고 연구비를 집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서 제 책상 위에는 3색 볼펜이 자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산 업무도 한숨 돌리게 되었겠군요.
그럴까요? 아닙니다. 이제 1월이 되었으니, 차년도 중기재정계획을 준비해야지요. 더욱이 여기에서는 예산 업무만 설명했을 뿐, 결산 업무는 지면상 말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업의 필요성에 따라 4~6월에는 추가경정예산인 이른바 ‘추경’ 예산편성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감사원에서 자료 요구가 오기도 하며, 지출구조조정 대응, 고용영향평가 대응 등의 과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여러분께 이와 같은 지난한 과정에 대한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작성자조근형
- 작성일2025-06-09
- 조회수102

현대의 우리는 흔히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우리가 문제를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중요합니다.
검색은 수많은 데이터에서 꼭 필요한 것만을 정확히 찾아내는 데 필수적인 수단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찾고자 하는 내용의 키워드를 고민하여 고르고 그 키워드를 입력하여 검색을 수행합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검색 기법의 원리와 그 특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키워드 검색(Keyword Search)
키워드 검색은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를 기반으로 관련된 콘텐츠를 찾아주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사용자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관련된 정보만 노출하도록 도와줍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구글이나 네이버 등의 검색 방식은 키워드 검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를 입력하면 검색엔진은 수많은 웹페이지 중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웹페이지를 찾고 내부적인 연산을 통해 연관도를 계산한 다음 키워드와 가장 관련이 많을 것 같은 페이지를 순서대로 제공합니다. 이때, 연관도가 높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웹페이지 내에 키워드가 얼마나 많이 등장 하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창기 구글은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웹 페이지의 중요도에 따라 검색 결과의 순위를 결정하였지만 나중에 알고리즘을 비공개로 전환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검색 및 분석 알고리즘인 Elasticsearch에서는 아래 수식과 같이 TF/IDF기반의 BM25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연관도를 측정합니다.
복잡해 보이는 이 계산에는 크게 TF, IDF 그리고 Field Length 총 3가지 요소가 연관도를 나타내는 스코어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구글 등에서 “쥬라기 공원”이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한다고 가정해보면, 해당 키워드가 5번 들어있는 웹 페이지보다는 10번 들어있는 웹페이지가 내가 찾고 싶어 하는 내용일 확률이 높을 것 입니다. 문서 내에서 검색된 키워드가 더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것을 TF(Term Frequency)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일한 검색에서 “쥬라기” 또는 “공원” 중 어떤 단어든지 포함하고 있는 페이지들은 검색 결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때 “쥬라기”가 포함된 결과는 10개, “공원”이 포함된 결과는 100개라고 가정한다면 흔한 “공원” 보다는 희소한 “쥬라기”가 더 중요한 키워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색한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문서 개수가 많을수록 그 키워드의 가중치가 감소하는 것을 IDF(Inverse Document Frequency)라고 합니다. 그리고 문서에서 필드길이(Field Length)가 큰 필드보다는 짧은 필드에 있는 키워드의 비중이 클 것입니다. 제목과 내용필드에 검색어가 모두 있는 경우 텍스트 길이가 긴 내용필드보다는 짧은 제목 필드의 키워드의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키워드 검색 방식에서는 검색어에 대한 종합적인 스코어 계산을 통해 연관성이 높은 순서로 결과를 나타내줍니다.
하지만 이런 검색방식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 Elasticsearch를 사용하고 있는 바이오소재 정보 통합플랫폼(BioOne)에서도 초기에는 "liver cancer"에 대한 논문 검색 시 내용의 관련성 보다는 "Liver Cancer"저널의 논문이 주요 결과로 검색되는 등 검색 의도와는 다른 결과들이 도출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키워드 검색 방식은 정확하지 않은 키워드를 입력할 경우 관련된 콘텐츠를 찾을 수 없으며,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용어들에 대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밤”과 “야간”은 같은 의미이지만 사용하는 키워드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반면 “밤”, “눈” 등과 같이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가지는 용어를 키워드로 선택할 경우 사용하는 의미가 다르지만 이를 구분할 수 없어 서로 의도와 다른 검색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의미 기반 검색(Semantic Search)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의미기반 검색(Semantic Search)입니다. 의미 기반 검색은 단순히 키워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검색의 의도와 문맥적 의미를 이해하고 유사한 내용을 찾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의미 기반 검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벡터 검색 기술입니다. 먼저 질문과 문서의 내용을 숫자 형태의 벡터로 변환하는 임베딩(Embedding)과정을 수행합니다. 임베딩(Embedding)은 텍스트를 “실수 벡터 형태”로 표현한 결과를 의미합니다. 특정한 단어, 문장 또는 문서를 임베딩 생성 모델에 입력하면, 일정 수의 실수로 구성된 벡터가 출력됩니다. 임베딩의 결과는 사람이 직접 관찰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컴퓨터는 서로 다른 단어 또는 문서에서 추출된 임베딩 간의 거리를 계산하여 이들 간의 의미적 관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출처 : Elasticsearch Relevance Engine™(ESRE))
일반적으로 고차원 벡터인 이러한 임베딩은 데이터의 본질적 의미를 포함하는 개념적 위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의미, 개념 또는 맥락을 가진 항목은 이 벡터 공간에서 서로 가깝게 배치됩니다. 이 벡터들 사이의 관계를 측정해서 서로 얼마나 가까운지를 계산하여 가장 유사한 내용을 가진 문서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때 유사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코사인 유사도’라는 수학적 계산을 사용합니다. 결론적으로 의미 기반 검색은 벡터 검색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의도에 맞는 직관적인 검색결과를 얻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고 보다 관련성이 높은 정확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어나 문장을 벡터로 추출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언어 모델(Language Model)이 이용되고 있으며, 2019년 이후 BERT, GPT 등 다양한 대형 언어 모델이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향후 BioOne에서도 단순 키워드 검색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의미기반 검색방식의 장점을 도입하고 접목하여 검색의 정확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검색이 가능하도록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 작성자강태호
- 작성일2025-06-02
- 조회수163

인간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가장 작은 생물체군을 보통 미생물이라고 부릅니다. 너무나 작아서 그 존재를 오랫동안 몰랐기에 본격적인 미생물 연구의 역사는 비교적 짧습니다. 미생물학에서 연대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코흐의 가설이나 파스퇴르의 살균법을 지나,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발견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약 400년 정도의 짧은 역사입니다. 그러나 작은 크기와 짧은 연구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생물 자체는 오래전부터 주변에 어디에나 있었고, 모든 곳에 영향을 미쳤으며, 심지어 숫자도 많기에 인간의 삶 전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술 빚기를 인류 최초의 생명공학이라 한다면, 미생물의 존재를 모르던 먼 과거에도 우리는 이미 미생물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늦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유전(체)학 분야에서는 미생물이 독보적인 장점을 지닙니다. 유전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연구에 이상적인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1995년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의 연구팀이 샷건 시퀀싱을 적용하여 인플루엔자균(Haemophilus influenzae)의 완전한 유전체 서열(약 180만 염기쌍)을 발표할 수 있었고, 이는 사상 최초로 한 생물의 “전체 유전서열 지도”를 읽어낸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다음해에는 1996년에는 유럽 중심의 컨소시움에서 6천개의 유전자를 가진 작은 진핵생물인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가 해독됨으로써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GP)에 앞서 미생물이 유전체 시대의 개막을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유전체 해독 기술의 발전은 미생물 유전체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에서 나아가, 미생물의 계통와 미생물 생태계의 방대한 유전정보를 군집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는 (1) 진화유전체학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범유전체(pangenome) 구축과 (2) 미생물군을 총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생물 군집에 관심이 있던 연구자들은 90년대 인체 미생물군을 조사하려는 시도를 했고, 1996년에는 사람 대변 샘플에서 배양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세균들을 16S rRNA 유전자 시퀀싱으로 식별하는 연구를 처음 수행했습니다. 이는 개인마다 고유한 미생물 프로파일이 있다는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1998년 조 핸델스만(Jo Handelsman) 연구진은 서로 다른 미생물을 분리하여 배양하지 않고 그 유전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개념으로 메타유전체(Metagenomics)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배양 불가능한 미생물까지 포함한 군집 전체의 유전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당시까지의 미생물학 패러다임을 넘어선 혁신적인 개념이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시퀀싱 기술의 발전으로 비용과 분석시간이 급격히 감소하였는데, 이는 본격적으로 메타유전체 연구를 꽃피우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2004년에 크레이크 벤터팀 은 사르가소 해수의 메타유전체 분석을 통해 배양에 의존하지 않고 유전체 연구로도 수많은 신종 미생물과 유전자를 발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이 무렵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대규모 코호트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들이 태동하였습니다. 선두주자는 미국 NIH는 2007년 대규모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 HMP)를 2007년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총 두 단계로 진행된 HMP는 인체의 각각 부위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을 대상으로 참조용 미생물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1단계), 3개의 핵심 질환(염증성 장질환, 조산, 2형 당뇨)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 규명을 목적으로 한 전체 유전자 카탈로그(2단계)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을 구명하고자 했습니다. 유럽에서도 2008년 MetaHIT(Metagenomics of the Human Intestinal Tract)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장내 미생물군집의 유전자 카탈로그를 구축하고 개인별 미생물 구성과 비만 및 염증성 장질환 등의 관련성을 밝히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들은 미생물 빅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질병진단과 맞춤의료에 좀 더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을 넘어 2010년에는 미생물학자 롭 나이트(Rob Knight)와 잭 길버트(Jack Gilbert) 등이 주도하여 지구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Earth Microbiome Project, EMP)가 시작됐는데, 전 세계의 연구자들로부터 20만 개 이상의 다양한 환경 시료를 모아 미생물 다양성과 기능을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식물병리학자 제인 리치(Jan Leach)를 필두로 2015년에는 식물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Phytobiome Initiative)와 같은 농업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은 단순히 분야의 연구를 넘어 원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의 축적을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생물군집 수준에서의 메타전사체, 메타단백체, 메타대사체 등이 쌓여 가면서 홀로지놈(Hologenome)에서의 미생물의 역할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빠른 변화 속에서 한국에서도 발맞추어 최근 한국인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환규명 및 진단치료기술을 개발하고자 산업부를 시작으로 과기부, 복지부/질병청, 농진청 등의 지원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연장선에서 범부처적으로도 마이크로바이옴 융합연구를 위해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모여진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는 궁극적으로 한국인 특이적인 정밀의료 구현에 유전체 정보만큼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용(中庸) 23장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이 글을 맺고자 합니다. “작은 것에라도 정성을 다하면, 그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와 같이 “작디작은 미생물 데이터를 정성을 다해 연구하고 이해한다면, 그 결과는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있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작성자전종범
- 작성일2025-05-25
- 조회수251